버스를 12시간 타본 적 있나요?
12시간 예정된 일정이 아니라 4시간? 길면 7시간 예정된 길이었는데 말이죠.
지금으로부터 무려 25년전 일이네요.
그러니까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야기랍니다.
서울로 올라온지 1년이 안되었기에
부모님 계시는 집이 얼마나 그리웠을까요?
막히는 길인줄 뻔히 알지만
버스에 몸을 싣고 갑니다.
낮에도 가보고 새벽에도 가보고 심야차로도 가보고 하다가
수업전날 심야를 타고 아침10시 수업으로 곧장 가겠다는 야심찬 계획늘 짭니다.
10시에 출발하는 심야 버스.
달리고 달리고 하던버스가 속도를 늦춥니다.
휴게소를 들렀다 다시 출발하는가 싶더니
서서히 속도를 늦추고 늦추고
아예 멈추네요.
여기저기 아이들은 울고
나이 지극하신 어르신이 기사아저씨께 다가갑니다.
인근 임시 화장실이 나오면 멈춰달라고.
네~
그런데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를 못하네요
지금이야 고속기차도 있고
고속도로도 잘 뚤려있지만
이때는 우리느라가 한참 나아지고 있던 중이니까
참다못한 사람들이 문을 열어달라합니다
아저씨도 난감해하시다가 적당한 것에서 멈춥니다.
우리 버스만 아니라 앞뒤 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립니다.
풀밭으로 하나둘 흩어집니다.
아이들 손잡고 나무 뒤로 가는 엄마 아빠도 있습니다.
다행히 양산이 손에 있던 사람은 양산을 활용합니다.
무슨일인지 상상이 되시나요?
맞아요.
우리의 자연스런 배뇨활동이 펼쳐지는 것이죠.
나름 20세기라는 이때 눈앞의 광경이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서로 민망하지만 차안에 실례를 할 수는 없지요.
그리고 어떻게 되었냐면 한번더 그런 간이 정차를 한후
결국 수업에는 못들어 갑니다.
아무리 막혀도 8시 도착은 넉넉하다 생각했는데
10시 수업에도 못들어간것이지요.
완전히 탈진해서 자취방으로 곧장 들어갑니다.
이런.
곧 있으면 2000 밀레니얼이 코앞인데 이런일을 겪을 수도 있구나.
다음날 학교에선 각 지방에서 명절을 끝나고 올라온 친구들의 무용담이 이어집니다.
유독 연휴가 짧았던건지
도로에 사고가 많았던건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도 자고 일어나도 제자리인 버스에 지쳐 허리도 아프고
그래도 나름 팔팔했던 이십대라
민망한 껄 안보이고 버텨냈다
혼자 뿌듯해하면서
살아남았노라 흐면서 내렸던 기억이 나네요. ^^
'Who am I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한다는 건 (0) | 2023.07.14 |
---|---|
지금이라는 위대한 힘 (0) | 2023.07.14 |
바로 지금 (0) | 2023.03.20 |
나에게 행복이란 이런 아침 (0) | 2023.02.02 |
나만의 최애 마카롱~ (0) | 2022.1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