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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좋은 엄마 콤플렉스가 있었다. 엄마라는 이름의 '최고의'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었던 나는 엄마 박사를 꿈꾸며 양육과 자녀교육에 관련된 서적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조금이라도 삶 속에 적용해 보며 몸부림쳤다. 깨끗하고 깔끔한 집안 상태를 유지하려고 없는 에너지까지 다 끌어다 쓴 후 바닥과 하나가 되기도 했다.
자녀 양육이란 이름 앞에서 눈에 보이지 않고 형체도 없지만 나 스스로 만들어낸 불안과 두려움,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는 교만함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 내 뾰족함은 지극히 작은 문제 앞에서도 비수가 되어 자녀들의 마음 깊숙한 곳을 찔러댔고,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내 밑바닥의 모습을 맞닥뜨리는 순간은 잊을 수가 없다. 얼마나 처참하고 절망적이던지...
아침에 지인이 보내주는 한 구절 글을 읽다 나의 지난 과거가 떠올랐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낯설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없었고,
게다가 실패는 아이의 '인생'과 결부되어 있다는 책임감이 나를 무겁게 짖눌렀다.
'완벽하게 해낼 수 있다' = '교만' 이라는 조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모든 부분에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의 민낯을 마주하지 않고
내가 바랐던 이상향의 모습이 나라고 착각하며
애써 무시하는 건 결코 나를 응원하는 방법이 아니다.
인정해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들고 아직도 어설프지만
그럼에도 '빨간 모자 교관'이었던 아이에게 고맙다.
나는 인생 2막을 그렇게 열었고
그리고 깨닫고 있다.
인생 2막이라고 획기적으로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좋은 습관은 유지하려고 부단히 움직여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