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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후일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지하철을 안전문에 시 가 있다.
지하철을 보내고 멍하니 의자에 앉아
글귀를 읽다가
갑자기 짜증이 났다.
명화 명작을 만났을 때
내가 만나는 감정은 짜증이었던 것 같다.
왜일까?
명쾌하게 끝맺고 싶은데
자꾸 떠오르고
자꾸 이리저리 굴려보게 되고
또 그 미묘하고 애매한 감정이 느껴지면
짜증이 나는 것이다.
내 것도 아닌 이미 떠난 사람을 못 끊어내고
혼자 끙끙되는
시 속의 누군가의 상황이
화가 나는 것이다.
뭔가 세월 앞에 부질없는 감정 같으면서도
당장 이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 것에서 헤어 나오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되돌려지지도 않는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 보여서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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