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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고향 동네는 아직도 3일 5일 장이 열린다.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가 들어설 때 다 망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건 그것대로 이건 이것대로 잘 된다. 아마도 인구 구성비에서 오는 현상이지 않을지 나이드신 분들은 그들의 생활방식을 유지하니까 개인적으로 시장은 잘 가지 않았다 엄마 따라서 얻어 먹는 재미도 있었을 법 한데 엄마도 평생사시던 동네인데 시장은 어려워하셨다. 물건을 볼 줄도 모르고 무뚝뚝한 장사하시는 분들도 한꾸러미 이고 지고 다니시는 할머니들의 무심한 툭 부딪힘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다. 가격 흥정도 안돼고 또 필요한 것보다 너무 많다. 오랜만에 고향집에 가서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나왔다. 아는 사람을 만났다고 멈추지 않고 장을 보며 지나가며 인사를 한다. 멀어지면 멀어지는대로 스치듯 무.. 더보기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목표를 잡지 않는 아들을 보며 다시 그 나이로 돌아가 다시 한번 그 삶을 산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인생 2회 차로 현재의 기억도 가진 채 시뮬레이션해본다는 점이 다르다. 아이에게 해줄 말을 미리 준비해 둔다. 불쑥 질문이 들어올 때 무심한 듯 툭 준비해 둔 말을 던져주면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그러면서 계속 곱씹는다. 왜? 나는 왜 공부를 했을까? 학생이었으니까. 엄마는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도 그리고 매우 잘했는데도 형편이 안 돼서 포기했는데 나는 어려워도 부모님이 지원해주고 있으니까 공부를 잘하면 적어도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덜 받으니까 또 지금 내 형편이나 처지에 비해 더 대우를 해주니까 공부를 잘하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남보다 우위에서 출발할 수 있으니까 실력이 있으.. 더보기
시간의 상대성 어렸을 때는 1분 단위로 시간의 흐름을 느꼈다. 느리게 가는 시간 때문에 빨리 하루하루가 지나가길 바라고 시간의 흐름을 즐겼다. 아이를 키울 때도 아이랑 함께 있는 시간은 초단위로 흘러간다. 매우 바쁘지만 하루가 더디게 간다. 나이가 들고 익숙한 것들이 어느 정도 많아지면 시간이 연 단위로 후딱 지나간다. 처음엔 월단위였다가 분기단위였다가 연 단위가 된다. 주기적으로 획기적인 배움, 도전, 혁신이 없으면 정말 더 후딱 지나간다.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는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배움을 지속하는 것이다. 가끔 시간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궁금할 때가 있다. 시간이 진짜 일직선 상에 놓인 대상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일직선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는 차원의 세상에서 내가 살고 있는 것일까? 더보기
작은 단위로 쪼개기 아주 작은 반복의 힘 하루 15분 정리의 힘 꿈은 크게. 행동은 작게공통점이 보이는가? 바로 작은 단위로 쪼개어 행동하는 것이다. 자주 꾸준히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정리 컨설턴트 유투브가 많지만 하루 15분 정리의 힘이라는 책은 육아와 저질 체력에 매일 숨이 턱에 차 있던 나에게 15분은 할 수 있겠다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아이랑 놀아주며 하루 한 공간을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잠깐 짬에 정리한다. 다하지 못하면 다음에 그리고 넘어서지 않았다. 육아 체력을 남겨두어야 하니까 육아를 시작하기 전에는 스스로 시간을 잘 조절하지 못했다. 조금만 더. 그런데 엄마를 기다릴 아이생각에 회사 업무를 압축적으로 하기 위한 궁리를 끊임없이 했다. 그럼에도 일은 늘 많았지만. 스스로 혁신할 수밖에 .. 더보기
하루 하루의 일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존 스타인백 [분노의 포도] 작가 빠르게 실패하기 중하루의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는 사실은 축복이다.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오늘 밤은 지나가지 않았으면하고 생각했던 어린시절을 뒤로 하고 엄마로서. 직장인으로서. 아내로서. 자식으로서 온전한 생활인이 되고 인생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버거울 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아침과 피곤하고 고단한 하루의 마감을 알리는 밤이 너무나 고마웠다. 딱 하루 만큼의 고민. 무게만 짊어질 수 있도록 신의 배려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거창한 일도 오늘 하루 한걸음에서 시작하듯 아무리 무거워보이는 삶이라도 하루만큼만 담아진다. 삶이 이어지는 한 더보기
나이 듦과 주체성에 대하여 사람이 태어나서 자기 의지대로 무엇을 해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큰 의미를 갖는다. 계속 주체성을 확대해가는 삶을 살아가다가 그 주체권을 빼앗기면 엄청난 상실감을 느낄 것 같다. 사춘기는 어찌 보면 주체성의 이동 과정 가운데 오는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다. 아들 TV의 김민준 소장은 부모로부터 '경영권 승계'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저렇게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다가 나이가 들면 몸이 허락하는 한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타협점을 찾아 간다. 그러나 질병으로 인해 더 이상 기초적인 일을 처리하지 못하게 되면 그때는 주체성이라는 의미가 정말 제한된다.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을 상실감일 것이다. 결코 이해하는 척 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이미 자신의 세계안에서.. 더보기
촉촉한 봄비 오는 날 월요일 아침 모닝커피와 함께 주간보고를 종합해서 정리하고 계획안을 작성한다. 아직은 좀 산만하고 비효율적으로 월요일 아침에 작성하는 편이다. 멍도 때리고..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 머리가 충분히 웜업되지 않은 까닭인지 월요일 오전은 다소 느슨하게 보내는 게 좋다. 바쁜 시기가 아니라면. 촉촉한 공기가 퍼지면 마루에 걸터 앉아 비 냄새를 맡았던 시절의 그 느낌이 떠오른다. 흙냄새, 먼지 냄새, 오래된 나무 냄새. 그리고 지붕에 떨어지던 빗소리 눅눅하면서 텁텁하면서 촉촉하고 상쾌함이 뒤섞인 느낌 아이에게도 이런 감성을 알려주고 싶다 작은 행복감 더보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춘수의 「꽃」 전문 학창시절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국어 교과서에 나온 짧은 인용문이 내가 읽은 좋은 책의 거의 전부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국어 교과서에 실린 글들이 좋은 글이었다는 점? ^^ 요즘 자꾸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그때는 "도대체 뭐라는 거야"가 솔직한 느낌이었다. 시험을 보기위해 시가.. 더보기